"얼굴 봤어? 똑같아?"
"오, 완벽하게 똑같아! 이마에 흉터도 있을까?"
'있을리가 있겠냐 이 머저리들아!!!'라고 소리치고 싶은 것을 꾹 참으며 제임스는 지팡이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호그와트에 입학한 지 사흘 째, 제임스는 그의 11년 인생에서 가장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같이 입학한 동갑내기 위즐리 사촌들 역시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었지만, 아버지가 '그' 해리 포터인 제임스와는 차원이 달랐다. 양 옆의 루이스와 프레드가 눈치를 살피고는 슬쩍 그의 망토자락을 붙잡았다.
"제이미, 저런 머저리들 말 신경쓰지 마."
"그래 맞아. 며칠만 지나면 잠잠해질거야."
"신경 안 써. 밥이나 먹으러 가자."
제임스는 짜증스럽게 소매를 털어내고 앞서 연회장으로 향했다. 남겨진 두 사람은 빠른 걸음으로 사라지는 제임스의 뒷모습을 멍하니 보다가 고개를 저으며 그를 따라갔다. 태어날 때부터 제임스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친척이었던 두 사람은, 제임스의 인내심에 한계가 다가오고 있음을 매 순간순간 느끼고 있었다.
연회장에 들어서자, 세 사람을 향한 시선과 수군거림이 더욱 커졌다. 제임스는 발을 쾅쾅 구르며 곧장 그리핀도르 테이블로 향했다. 교과서를 들여다보며 식사 중이던 빅투아르가 한 마디 하려고 고개를 들었다가, 잔뜩 구겨진 그의 얼굴을 보고 안쓰럽다는 듯 등을 토닥였다.
"너무 기분나빠하지 마, 제이미. 몇주만 지나면 괜찮아져."
"사람들이 날 무슨 동물원 동물 보듯 하고 있단 말이야. 어떻게 기분이 안 나빠?!"
"그래그래. 네 기분 알아. 그래도 어쩌겠어, 저 애들은 고모부 명성을 줄곧 듣고 자란 애들인걸. 자, 기분 풀고 저녁 먹어. 네가 좋아하는 키드니 파이도 있어."
먹는 것까지 구경당하고 싶지 않아 대충 이것저것 집어먹고 자리를 뜨려던 제임스가 빅투아르가 내미는 파이를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며칠째 대충 끼니만 때웠더니 배도 고팠고, 무엇보다 키드니 파이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었던 것이다. 결국 접시를 받아든 제임스는 파이가 자기를 보고 수군거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씹어 삼켰다. 눈이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살벌하게 노려봐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제임스의 심상치않은 기운을 느꼈는지, 며칠간은 평화롭게 흘러갔다. 적어도 그리핀도르 안에서는 제임스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 사라졌고, 수업 시간에도 그의 마법을 이러쿵저러쿵 평가하는 목소리들이 사라졌다. 제임스도 그 부담스러움을 나름대로 잘 견뎌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사건은 입학한지 딱 일주일째 되던 금요일에 발생했다. 전통적으로 1학년들은 금요일 오후에 수업이 없어 제임스는 빈 시간을 활용해 홀로 학교를 탐험하는 중이었다. 7층에서부터 여기저기를 구경하던 제임스는 주방을 거쳐 지하 감옥에까지 도착했다. 그 때, 마법약 교실 문이 열리며 래번클로와 슬리데린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뭐야, 저 녀석? 길 잃은 신입생인가?"
"어, 쟤 포터 아니야?"
"뭐? 포터라고? 쟤가 그 영웅의 자식이란 말이야? 이봐, 너 진짜 포터야?"
제임스는 작게 욕을 중얼거리며 몸을 돌렸다. 아직 다 둘러보지 못했지만, 빨리 그곳을 뜨고 싶었다. 그가 이렇다 할 말 없이 돌아서자, 슬리데린 학생 한 명이 킬킬거리며 말했다.
"저 자식 꽁무니 빼는 것 좀 봐. 저런 겁쟁이가 포터일 리가-"
"입 닥쳐, 이 트롤 코딱지같은 놈아!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
악을 쓰며 홱 돌아선 제임스가 주문을 외치자, 구경꾼 래번클로 학생의 손에 들려 있던 묵직한 책이 슬리데린 학생을 향해 쌩 날아갔다. 그 학생이 당황하며 주머니에서 지팡이를 빼들기 위해 버둥거렸지만, 이미 책은 코앞까지 다가온 후였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책에 얻어맞은 학생은 그대로 기절했고, 구경꾼들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분이 풀리지 않은 제임스는 지팡이를 소매춤에 마구잡이로 쑤셔넣은 뒤, 주먹을 쥐고 쓰러진 슬리데린 학생에게 달려들었다. 그 때, 계단을 허둥지둥 달려내려온 빅투아르가 숨을 헐떡이며 주문을 외쳤다.
"페...페트리피쿠스 토탈루스!"
막 슬리데린 학생의 얼굴에 라이트 훅을 먹이려던 제임스는 주문에 정통으로 얻어맞고 앞으로 벌렁 넘어졌다. 간신히 숨을 고른 빅투아르는 지팡이로 자신의 반장 배지를 가리키며 명령했다.
"지금 당장 다음 교실로 이동해! 해산, 해산!"
학생들이 아쉬운 듯 웅성거리며 뿔뿔이 흩어졌다. 빅투아르는 제임스를 일으켜세우고, 쭈뼛거리며 남아 있던 슬리데린 학생의 친구들에게 말했다.
"병동에 데리고 가 봐. 저주에 당한 게 아니라서 큰 문제는 없을거야. 에네르바테!"
기절했던 슬리데린 남학생이 번쩍 눈을 떴다. 이마 정중앙에 시퍼런 피멍이 든 학생은 아직 주먹을 쥔 채로 굳어 있는 제임스를 보더니 흠칫 놀라 친구들과 함께 병동으로 사라졌다. 슬리데린 학생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지팡이를 휘둘러 동작 그만 주문을 풀어준 빅투아르는 당장이라도 날뛸 듯 보이는 제임스의 팔을 덥석 붙잡았다.
"이거 놔, 빅시 누나! 저 자식을 그냥....!"
"얌전히 좀 있어, 제임스! 내 손으로 그리핀도르를 왕창 감점하기 전에!"
감점 얘기에 제임스가 아주 약간 얌전해지자, 팔을 놔준 빅투아르가 야단을 쳤다.
"넌 정말...왜 이렇게 막무가내로 구니, 제임스! 마법사 결투를 했다고 하더라도 징계인 판에 머글식 폭력이라니! 내가 먼저 발견했으니 망정이지, 테디나 맥고나걸 교수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제임스 시리우스 포터!!!!!!!!!"
기다렸다는 듯 맥고나걸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빅투아르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이제 난 모르겠다..."
-
그리몰드 광장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평화로웠다. 론의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한 뒤, 아이들은 거실에서 얌전히 체스를 두고 있었고, 어른들은 파이어위스키를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약간 취한 론이 트리위저드 시합 때 검은 호수에 잡혀간 이야기를 백서른 번쯤 되풀이하고 있을 때, 창문을 통해 부엉이 한 마리가 날아들어왔다. 지니가 의아한 듯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이 시간에 웬 부엉이지?"
"호그와트 부엉이야. 편지에 문장이 찍혀 있어."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드는데."
지니는 인상을 찌푸리고 편지를 펴서 읽기 시작했다. 점점 편지를 읽는 지니의 손에 힘이 들어가더니, 종이가 와그작 구겨졌다.
"제임스 시리우스 포터, 이 녀석을 그냥!"
눈치를 살피며 그녀의 손에서 편지를 빼낸 해리는 종이를 펴셔 소리내어 읽기 시작했다.
"포터 부부께. 귀댁의 자녀 제임스 시리우스 포터가 슬리데린 상급생에게 머글식 폭력을 행사했습니다...오, 이런."
"제임스가? 장난이 심하긴 하지만, 이유 없이 주먹질을 할 애가 아닌데.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
헤르미온느가 해리에게서 편지를 받으며 말했다. 해리는 심각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였고, 론 역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편지를 다 읽고 편지봉투를 들여다보던 헤르미온느가 갑자기 말했다.
"해리. 편지가 한 장 더 있어. 네빌이 썼나봐."
그것은 편지라기보다 쪽지에 가까웠다. 종이를 받아든 해리가 다시 소리내서 읽어내려갔다.
"해리, 지니. 정확히 말하면 제임스가 머글식 폭력을 휘두른 건 아니야. 마법으로 책을 날려서 맞춘 거거든. 그 이후에 머글식 폭력을 시도하긴 했는데, 빅투아르가 타이밍 좋게 말려서 다행히 실패했어. 슬리데린 학생이 먼저 제임스에게 정말 포터가 맞냐고 빈정거렸던 모양이야. 요며칠 제임스가 '포터'라는 이름 때문에 꽤 유명인사였거든. 여기저기서 수군거리고 뒷말들이 많아서 힘들어했던 것 같더라. 징계 때문에 편지는 보냈지만, 벌은 가벼운 걸로 받았고 제임스도 반성 중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네빌....이런 못된 자식들!"
해리가 분통을 터트리며 식탁을 탕 내리쳤다. 해리 못지않게 열이 받은 론은 지팡이를 빼들며 벌떡 일어섰다.
"감히 내 대자를 귀찮게 해? 가서 그 놈들의 혀를 싹 다 묶어버리겠어!"
"론!"
헤르미온느가 비난조로 외쳤지만, 론은 벗어뒀던 망토를 걸치며 씩씩거렸다.
"뭐해, 해리! 어서 가자고!"
몇 번이고 네빌의 편지를 다시 읽던 해리가 이를 갈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헤르미온느가 어이없다는 듯 돌아보자, 해리가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고작 혀 묶기로 되겠어? 흰족제비로 변신시켜서 공중제비 좀 돌아 봐야-"
"해리! 넌-오러-국장이야-!"
헤르미온느가 한 마디 한 마디에 힘을 주어 말했지만, 머리끝까지 화가 난 해리에게는 들리지 않는 듯했다. 두 사람은 순간이동을 하려는 듯 몸을 돌렸고, 헤르미온느가 두 사람을 말리기 위해 지팡이를 빼 드는 순간, 어디선가 날아온 박쥐 떼들이 해리와 론을 덮쳤다.
"으악!!"
"악! 지니!!"
"두 사람 다 진정하고 좀 앉아!"
지니가 빽 외쳤고, 헤르미온느는 어서 그 말에 따르라는 듯 지팡이를 위협적으로 까딱였다. 박쥐에 이어 새 떼의 공격을 받고싶지는 않았던 해리와 론은 서로를 마주보더니 순순히 자리에 앉았다. 잔뜩 화가 난 지니가 마구 고함을 쳤다.
"애나 어른이나...애들이 뭘 보고 배우겠어?! 어른이 되서 애들한테 복수를 하려고 하다니! 둘 다 자기가 오러라는 걸 잊은 거야?!"
"하지만 여보, 우리 아들이...."
"내 대자가...."
"시끄러워! 제이미 심정은 이해하지만, 머글식 폭력을 쓰려고 한 건 분명 제이미 잘못이야! 내가 내일 편지 써서 잘 달랠 테니까, 혹여라도 호그와트로 쳐들어갈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마, 알겠어?!"
"....응."
"....알겠어."
"도대체가 말이야, 아들 바보도 정도껏이어야지! 이러다 릴리랑 로지가 입학하면 어떻게 나올지 생각하기도....!"
지니의 잔소리는 끝없이 이어졌다. 헤르미온느는 무슨 일인가 싶어서 부엌으로 내려 온 아이들을 도로 올려보내면서, 잔소리를 들으며 점점 풀이 죽어가는 두 남자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
"정말, 애나 어른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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